기도 기도 타고르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옵소서 라고 기도하게 마옵시고 ... 위험에 처하여도 겁을 내지 말게 하옵소서 고통 속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게 하옵시고 고통에 처하여도 그 고통을 이길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게 하옵소서 인생의 싸움터에서 동역자를 찾게 .. 가슴으로 읽는 시 2013.07.30
여름 가족 여름 가족 사물 A는 아버지 흉내를 낸다. 분명 이 빠진 사기그릇인데 사물 A는 아버지인 척 헛기침을 하며 사물 B를 연주한다. 그러면 찌그러진 양재기인 사물 B는 내 어머니인 듯 사물 A에 맞춰 우는 소리를 낸다. 새벽 기침처럼 울리는 곡조에 맞추 돌연 사물 C가 된 내가 참회를 닮은 자조.. 가슴으로 읽는 시 2013.07.05
봄 봄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가슴으로 읽는 시 2013.04.28
쓸쓸한 화석 쓸쓸한 화석 겨울비 내린 뒤 언 땅 위에 새겨진 어지러운 발자국 발자국 위에 또 발자국 뉘 집 창문 앞일까? 결코 놓칠 수 없었던, 끝까지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던, 그러다 끝내 서로에게 스미지 못하고 뒤엉켜버린 순대 같은 아니 식은 떡볶음 같은 저 지독한 사랑의 흔적 그 진창의 발자.. 가슴으로 읽는 시 2013.01.24
소사 가는 길, 잠시 소사 가는 길, 잠시 시흥에서 소사 가는 길, 잠시 신호에 걸려 버스가 멈췄을 때 건너 다방 유리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내 얼굴 속에서 손톱을 다듬는, 앳된 여자 머리 위엔 기원이 있고 그 위엔 한 줄 비행기 지나간 흔적 햇살이 비듬처럼 내리는 오후, 차창에도 다방 풍경이 비쳤을 것이다 .. 가슴으로 읽는 시 2013.01.21
무엇일까,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이 무엇일까,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이 무엇일까 저 아름다운 풍경 속에 들어가 숨어 있는 것들이, 학교 마당 플라타너스 가지 사이에 디딜방아 확 속에, 찬가게 마루 끝에 숨어서 짐짓 모른 체 외면하는 나를 빼꼼히 올려다보며 킬킬대고 웃는 것들이, 반들거리는 들쥐새끼처럼 눈을 빛내며 .. 가슴으로 읽는 시 2012.12.25
돌에 돌에 송덕문도 아름다운 시구절도 전원가든 이란 간판도 묘비명도 부처님도 파지 말자 돌에는 세필 가랑비 바람의 획 육필의 눈보라 세월 친 청이끼 덧씌운 문장 없다 돌엔 부드러운 것들이 이미 써 놓은 탄탄한 문장 가득하니 돌엔 돌은 읽기만 하고 뽀족한 쇠끝 대지 말자 - 함 민 복- .. 가슴으로 읽는 시 2012.12.17
나는 늙으려고 나는 늙으려고 나는 늙으려고 이 세상 끝까지 왔나보다 북두칠성이 물가에 내려와 발을 적시는 호수, 적막하고 고즈넉한 물에 비친 달은 붉게 늙었다 저 괴물 같은 아름다운 달 뒤로 부옇게 흐린 빛은 오로라인가 이 궁벽한 모텔에서 아직 다 하지 않은 참회의 말 생각하며 한밤을 깨어있.. 가슴으로 읽는 시 2012.12.15
기러기의 시 기러기의 시 - 낙동강 12 강 마을 긴 긴 겨울 밤에 얼어 붙은 강물 위로 날아가던 저 기러기들의 울음 소리는 희디흰 달빝의 시였다 싸늘한 삭풍 속에 북쪽 하늘로 끼륵 끼르륵, 끼륵 끼르륵 끼륵.... 시옷 자를 그리며 서럽게 날아가던 스무 마리 눈물의 시. 조금 뒤처져 힘없이 끼웃끼.. 가슴으로 읽는 시 2012.12.10
나의 노래 나의 노래 나의 이 노래는 다정한 사랑의 팔 처럼 내 아기여, 너의 주위를 음악으로 휘감을 것을, 나의 이 노래는 축복의 입맞춤처럼 너의 이마를 어루만질 것을, 네가 혼자 있을 때 그것은 네 옆에 앉아 네 귀에 속삭여주고 네가 뭇사람들 속에 끼여 있을 때 그것은 고고함으로 네 둘레를 .. 가슴으로 읽는 시 2012.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