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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수시로 유혹에 무너지면 불혹이 아니다

꽈벼기 2012. 12. 15. 08:19

 

불혹: 수시로 유혹에 무너지면 불혹이 아니다

불혹이니 지천명이니 나이에 따라 부르는 말이 있다. 이것은 공자가 자신의 수양과정에 비추어 나이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말한 것이다. 이것을 살펴보면 각 나이 대에 갖춰야 할 특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15세는 지학(志學)이다. 학문에 뜻을 두는 나이란 말이다. 이 나이에 얼마나 놀고 싶겠는가. 하지만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공자는 불우함 속에서도 이 나이에 학문에 뜻을 두고 정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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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는 이립(而立)이다. 육체, 정신 모두 어른이 되어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고, 독립할 수 있는 나이다. 이 말은 공자가 이 나이에 배움과 인생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 데서 나온 것이다.

40세는 불혹(不惑)이다. 흔들림이 없다. 우왕좌왕하거나 이랬다저랬다 하지 않는다. 돈이든 명예든 이성이든 그 무엇이 유혹한다고 해서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공자가 이 나이에 각종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삼가 조심하고 조심한데서 나온 말이다.

 

50세는 지천명(知天命)이다. 천명, 곧 하늘의 뜻까지 알 정도가 되었다는 말이다. 공자는 이 나이에 정치에 참여해 인덕(仁德) 정치를 했는데, 자신은 이것이 하늘의 명이었다고 생각했다.


60세는 이순(耳順)이다. 남의 말을 순순히 들을 수 있을 만큼 귀가 순해질 나이라는 말이다. 상대방으로부터 섭섭하고 불쾌한 말을 들어도 젊었을 때처럼 화를 내거나 섭섭해 하지 않고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너그럽게 이해하며 받아들인다.

 

70세는 종심소원불유거(從心所願不踰矩)다.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지 않는다. 그만큼 자신을 잘 다스렸다는 말이다.


그밖에 61세 환갑 또는 회갑, 62세 진갑, 70세 고희, 71세 망팔, 77세 희수, 80세 산수, 88세 미수, 91세 망백, 99세 백수, 100세 상수나 기이지수 등 여러 부름말이 있다. 이것은 주로 생년월일과 연관되어 있어 불혹이나 지천명이라 할 때와는 성격과는 다르다.

고정애는 불혹, 지천명, 이순, 종심이라 할 때 그 연령대에 이르면 대충 그렇게 되는 줄 알았는데 외려 정반대의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불혹이어야 할 40대인데 수시로 유혹에 무너지고, 50대에도 하늘의 뜻은커녕 땅의 뜻도 모르며, 60대인데도 웬만한 말은 다 귀에 거슬린다. 70대에도 마음 가는 대로 하다 법도에 어긋난다. 한 마디로 이 경지에 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는 말한다. “그것은 오로지 공자이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상했으면 이 말을 했을까 싶다. 우리 모두 마음을 다잡고 새로 시작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