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들국화 2

꽈벼기 2016. 11. 23. 07:28
가슴으로 읽는 시 일러스트

들국화 2


너 없이 어찌
이 쓸쓸한 시절을 견딜 수 있으랴

너 없이 어찌
이 먼 산길이 가을일 수 있으랴

이렇게 늦게 내게 와
이렇게 오래 꽃으로 있는 너

너 없이 어찌
이 메마르고 거친 땅에 향기 있으랴

―도종환(1954~ )


시인이 걷고 있는 먼 산길은 마르는 가을이다. 적막하고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 황폐하고 험하다. 시인은 이 먼 산길에서 피어 있는 들국화를 만난다. 들국화를 보는 순간 큰 위안을 받는다. 마치 아름다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들 국화는 늦게 와서 꿋꿋이 서리의 시간을 참아내며 가을날의 마지막까지 피어 있다.

언제 누가 보아도 겸손하게 피어 있지만 들국화의 향기는 진하고 맵다. 피어 있는 들국화는 하나의 소신이요, 신념 같다. 사랑하는 이가 가까이 올 적엔 잘 익은 그 향기가 툭 터져 사랑하는 이의 가슴 깊숙이 퍼져 간다. 꾹 참고 있던 말을 처음으로 용기 있게 고백하게 된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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