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꽈벼기 2017. 6. 20. 07:14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열왕기상 19:1~21)

 

1~8, 바알 선지자와 대결하기를 겁내지 않았던 엘리야가 이세벨의 위협에 위기감을 느끼고 도망갑니다. 전장과 비교할 때 이러한 모습은 엘리야의 몰락이라 해도 좋을 변화입니다. 또한, 이는 엘리야 역시 연약한 한 인간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도피 길에서 엘리야는 한 로뎀나무 아래 앉아 하나님께 차라리 죽게 해 달라고 간청하기까지 합니다. 아마 갈멜 산상의 승리가 컸던 만큼 그러한 승리에도 변함없는 어둠의 세력은 엘리야가 극도의 좌절과 허탈감에 떨어지게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제 더 살아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는 극도의 절망감이 엘리야의 탄원 속에 묻어납니다.

 

그러나 여기서 좌절한 엘리야의 간청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천사를 통하여 오로지 지칠 대로 지친 엘리야의 심신을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의 따스한 손길을 봅니다. 하나님께서는 죽게 해달라는 엘리야의 기도를 묵살하고 달리 응답하십니다. 왜냐하면, 엘리야의 간구는 절망한 자의 절규일 뿐 영혼의 참된 성찰에서 나온 기도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시듯 엘리야를 보살핍니다.

 

본문에서 천사를 통한 하나님의 보살핌은 분명히 목적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엘리야가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도록 힘을 주시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때 호렙 산 등정은 곧 하나님과의 직접 대면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천사의 도움은 실의에 빠진 자를 자신과의 직접 대면으로 이끌려는 하나님의 한 방편임을 알 수 있습니다.

 

9~18, 40일 낮 밤을 꼬박 걸어 마침내 호렙 산에 당도한 엘리야가 세미한 음성 중에 하나님과 만나는 장면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위로의 말씀과 더불어 새로운 사명을 분부받습니다.

 

사실 엘리야는 잠시나마 인간의 역사와 하나님의 경륜에 대해 깊은 회의를 품고 절박한 심정으로 호렙 산에 찾아옵니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승리라 할 갈멜 산의 쾌거도 엘리야의 기대처럼 세상을 뒤집어 놓지 못했습니다. 그 대신 도리어 생명의 위협이 일신에 닥치는 상황이 되자 엘리야는 자신을 잃고 낙망하였습니다.

 

엘리야에겐 이제까지의 모든 노력이 무의미하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엘리야는 도대체 하나님의 뜻은 무엇이냐는 절박한 물음을 안고 결국 하나님의 산 호렙에 오른 것입니다.

 

이러한 엘리야를 만나시는 하나님의 방식은 특이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강한 바람과 지진, 불 중 어디에도 계시지 않다가 세미한 소리 가운데 비로소 나타나십니다. 그런데 실상 이 장면은 본문의 중심 메시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원래 바람, 지진, 불 등은 하나님의 임재를 나타내는 형상입니다. 이제 하나님의 임재는 세미한 소리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성령에 의한 깊은 통찰력입니다.

 

19~21, 엘리야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증거할 자인 엘리사가 선지자의 소명을 받습니다. 갈멜 산의 승리 이후 엘리야의 가장 큰 업적이 있다면, 후대를 위해 엘리사를 발국해 놓은 일입니다. 훗날 엘리사는 그의 스승 못지않은 권능으로 우상 숭배자들에 대항합니다.

 

한편, 본문에서 엘리사가 소명에 응하는 장면은 우리의 주목을 끌만합니다. 왜냐하면, 엘리사사가 엘리야의 부름에 주저함 없이 응하는 단호함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엘리사는 먼저 나름대로 자기 직업과 부모와 고향 및 익숙한 환경에 작별을 고하는 의식을 거행합니다. 부모에게 입 맞추고 이제까지 쓰던 농기구를 불사르며 소 한 겨리를 잡아 그것으로 고향 사람들에게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엘리야에게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이 오늘 우리와 결코 무관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오늘 우리에게도 어둠이 가시고 찬란한 햇빛이 비치기까지 감찰하시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세상으로부터 핍박과 멸시를 받아 기력을 상실한 우리에게 용기를 주시고 사랑을 베푸십니다.

 

열심히 활동하지만, 엘리야처럼 힘이 빠질 때가 있습니다. 내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하나님은 나를 보살펴 주실 줄 믿습니다. 낙심할 때마다 위로해 주시고 새롭게 하여 주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