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기

서울의 하룻밤은 길었다

꽈벼기 2017. 1. 3. 22:08

서울의 하룻밤은 길었다

 

세종문화회관 송영 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부산에서 올라와 딸의 집에 머문 지 이틀 만에 밖으로 나온 셈이다. 딸이 심포니 단원으로 연주하기에 표를 얻어 생전 가보지도 못한 세종문화회관에 가보게 되었다. 서울 문화를 즐기는 기회였다.

 

저녁을 유명하다는 명동 교자에서 칼국수와 만두를 곁들어먹고 붐비는 명동 밤거리를 헤집었다. 중국말이 난무하는 이국지대다. 그들의 구미를 맞추는 별의별 음식을 꾸민 노점들이 즐비했다. 완전 이색 지대로 탈바꿈 된 서울의 한 단면으로 각인된다. 지하상가를 거쳐 롯데 백화점을 통과하여 시청 앞을 돌아 광화문 쪽으로 걸어갔다.

 

토요일 밤이면 촛불로 뒤덮었던 광화문 거리, 뉴스에서 보던 장소를 실제로 찾아보았다. 토요일이 아닌데도 차와 사람들이 범벅이 된 채 충무공과 세종대왕의 동상을 어지럽게 한다. 천막이 여러개 쳐져 있다. 그 안에는 노숙자를 위한 보호소가 있는지 사람들이 들락날락 하고 있다. 촛불을 위한 컨트롤 타워 인지 모르겠다.

 

긴 칼을 찬 충무공 동상이 나온다. 다음으로 의자 위에 앉은 세종대왕이 보인다. 이 거리 역시 30년이 지나 걸어본다. 광화문이 새롭게 만들어 지고 처음 걸어보는 어설픈 걸음이다. 촛불이라면 광화문이다. 역시 세월호라고 하면 광화문이다. 광화문 광장은 시끄러운 동네다. 정의는 없고 선동으로 모이는 곳이 광화문 광장인 것 같다. 마치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 동네 같다. 말 한 마디에 떼거리로 모일 수 있는 곳이 바로 광화문이다.

 

세종 문화 회관에 들어갔다. 따뜻했다. 입장할 자격이 있으니 차가움을 벗어 날 수 있다. 시린 발끝을 녹여 입장권을 주고 정해진 좌석에 앉았다. 송년 음악회에 아리랑과 독도는 우리 땅 편곡된 곡이 웅장하게 울렸다. 한민족이란 통 큰 민족이라는 뜻일 게다. 아니면 하나인 민족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찢어지는 DNA를 갖고 있다.

 

음악회를 마치고 나와 딸의 차를 타고 귀가하던 중 광장에서 멀어져 가는 내 모습이 어두운 밤거리에 감추어 졌다. 역사는 바로 가고자 몸부림치더라도 촛불은 역사를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촛불은 어두움을 밝히는 촛불이 아니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촛불이 되었고 값만 올리는 경제의 지표가 되었다. 시끄럽게 2017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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