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빈 산

꽈벼기 2014. 6. 19. 07:49

빈 산

 

마을 논바닥 다 말라갔다

 

먼 산 바라보며 빈 쌀독 빠각 빠각 긁어대던 어머니

 

산그늘 중턱엔 뻐구기 소리 요란한데 

 

마른 젖 물리고 긴 뻐꾸기 울음소리로 울던 어머니

                                     --이영춘--

 

뒷산에도 먼 산에도 뻐꾸기 소리 한창이다. 뻐꾸기 울음소리 듣자면 애처롭고 애틋한 마음이 생겨난다. 논두렁길에, 밭둑길에, 마른 산길에 그 소리 쏟아지면 마음은 끝없이 이어져 어딘가로 흘러간다.

 

나른한 한낮에도, 저녁밥 때에도 뻐꾸기 소리는 툭툭 불거진다. 훌쭉한 뺨에 튀어나온 광대뼈처럼, 그 울음속에는 어머니가 있다. 묵은 곡식이 다 떨어져 조리로 일 쌀이 모자라 쌀독 바닥 긁는 가난한 어머니가 있다. 마른 젖을 빨고 있는 살붙이를 애끊이며 바라보는 어머니가 있다.

 

그 빈곤의 세월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보릿고개를 넘어 여기까지 왔다. 텅 빈 산에 뻐꾸기가 우는데 그 시절 그 어머니는 어디로 가셨나, 산 그늘 지는 무덤에 어머니는 잠드셨다.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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