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얼마나 좋은가

꽈벼기 2014. 3. 10. 12:00

얼마나 좋은가

 

날이 풀려 얇은 장갑을 끼니

얼마나 좋은가.

(흑한에 두꺼운 장갑을 끼는 것도 좋았는데)

날이 풀려 빙판이 녹으니

얼마나 좋은가

가벼운 운동화를 신는 것도

좋을시고

(빙판길에 좋은, 신발을 신는 것도

좋았거늘)

 

이런 느낌이 찰랑대는

거기가 시중(時中) 아닌가

그렇다면

말들을 안 해 그렇지

시성(時聖) 천지 이러니

                 

                     --정현종---

 

살다 보면 일이 마음먹은 대로 잘되어 가는 때가 있고 일이 순조롭지 않아 매우 어렵게 되는 때가 있다. 흑한의 때가 있고, 새봄의 때가 있다. 때를 만나면 때마다 우리의 마음은 넘칠 듯  흔들리는 잔물결이 되어 찰랑거린다.

 

이 시에서 시인은 어느 때가 되더라도 늘 보드랍고 가볍게 움직이는 마음을 쓴다. 얇은 장갑을  낄 때에도 좋고 두꺼운 장갑을 낄 때도 좋다고 말한다. 얼음판을 만나는 때도 좋고 얼음이 녹아 풀리는 때도 좋다고 말한다. 당시의 사정이나 요구에 알맞게 맞출 뿐이니 시중에 적절함이요 시의時宜에 적절함이 있을 뿐이다. 마치 부신符信이 꼭 들어맞듯이, 이렇게 사는 이의 마음은 넓고 아량이 있다. 이렇게 사는 이는 어떤 일이 있는 바로 그날, 당일을 호일好日로 여겨사는 사람이니 마음에는 큰 기쁨과 흥이 가득할 것이다.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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