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바퀴에게

꽈벼기 2014. 2. 27. 13:18

바퀴에게

 

자꾸 뒤로 물러서는 파도를 보면

나도 좀 뒤로 물러서야 할 것 같다

 

뒤로 뒤로 물러서서

물의 발자국을 바라보아야 할 것 같다

 

어깨를 주드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진실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

내가 나에게 한번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만 내닫는 바퀴에게

막무가내 뭉개어진 저 길가의 꽃들을

오롯이 한번 보여줘야 할 것 같다

 

                --문 정 희--

 

물러서는 일은 무엇인가, 있던 자리에서 뒤나 옆으로 한 걸음 비켜서는 일은 무엇인가,

 

물러서면 해변에 어지럽게 난 발자국이 보일게다. 바다가 통째로 제대로 보일게다. 문정희 시인은 시 '짐승 바다' 에서 출렁이는 바다를 '내 안에서 일어서고 / 내 안에서 무너지는 / 천둥의 깊이' 라고 썼다. 물러서면 물결의 높이와 수심이 보일게다. 하나의 바다인 나의 충동과 강렬한 움직임이 보일 게다.

 

앞으로만 구르는 바퀴에는 물러섬이 없다. 물러섬을 모르는 이는 오로지 매섭고 사납기만 하다. 헤드라이트를 켠 그의 눈에 길가에 핀 키 작고 연약한 꽃이 보일리 없다. 오토바이 바퀴처럼 다만 질주하는 이는 금속성 굉음처럼 섬뜩하다.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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